보조국사 지눌(1158~1210)은 무신난 이후에 정혜결사의 수행방법을 통해 혼탁해진 불교계의 정화, 선교융합을 위해 노력하였다. 흰색의 장삼과 가사를 입고 등 높은 의자에 앉아 석장을 쥐고 오른쪽으로 몸을 튼 자세로 앉아 있는 국사의 모습을 그렸다. 삼매에 잠긴 얼굴과 시선을 이끄는 가사의 녹색조와 붉은 족대, 화려하게 장식된 나전칠기의자, 유려한 필선 등의 섬세한 표현은 우리나라 진영 가운데 수작으로 꼽힌다. 이 진영의 본은 송광사 국사전 보조국사 진영(1780년)과 동일한 초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지만, 섬세한 필치의 인물묘사와 담채에 가까운 옷의 채색기법 등에서 그보다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. 또한 동화사 사명당대사진영(보물 제1505호)과 세부표현 및 필선 등 화풍이 매우 유사하여 동일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되므로 보조국사진영 가운데 시기가 가장 올라가며 특히 화질의 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판단되었다. 현존하는 보조국사 지눌의 진영 가운데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.